📝 한줄 요약
이건 6일짜리 프로젝트의 회고가 아니다. 몇 년 묵은 가설의 검증기다. 메모 앱 무덤에서 "차라리 전부 plain text로"를 외치다 org-mode라는 물건을 알게 됐던 게 오래전. AI 시대가 되자 세상이 마크다운으로 — 사실상 텍스트로 — 귀환했고, 잊고 있던 그 답이 돌아왔다. 가설은 이랬다: 텍스트에 다 적어두면, 화면은 뿌리기만 하면 된다. 6일 검증 결과 — 가설은 대체로 맞았고, 내가 아는 한 선례가 없는 조합이라 설계는 오래 걸렸고,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
바쁘시면 이것만 읽어도 돼요:
- 출발은 메모 앱 무덤 — 리치텍스트·엑셀·앱마다 흩어진 메모, 갈아탈 때마다 증발. "차라리 plain text"가 org-mode로 이어진 옛 기억
- AI 시대 = 텍스트로의 귀환. 마크다운은 사실상 서식 있는 plain text — AI가 제일 잘 다루는 재료
- 가설: 색인(파일 위 정보칸)을 넘어 한 줄 한 줄에 태그(날짜·조건·상태)를 심으면, 대시보드는 뷰로 뿌리기만 하면 된다
- 검증: "이 화면 바꾸고 싶어" 하면 AI가 슉슉 바꾼다 — 자료는 이미 파일에 다 있어서, 보이는 것만 바꾸면 되니까
- 대가: org-mode를 웹 대시보드로 뿌리는 선례를 못 찾아 좌충우돌 — 개척은 설계가 오래 걸린다
- 다음 꿈: 각 잡고 만드는 게 아니라, AI로 일하면 저절로 만들어지는 인생 퀘스트 보드
🎯 이런 분들께 도움돼요
- 메모 앱·관리 앱을 갈아탈 때마다 데이터 이사에 지쳐본 사람
- AI랑 VS Code(또는 아무 에디터)로 문서 작업하며 사는데, 그 작업이 그대로 현황판이 되면 좋겠는 사람
- 이 시리즈를 처음 보는 사람 — 여기서 시작해 필요한 편으로 가면 된다
😫 이 이야기는 6일 전에 시작되지 않았다 (Before)
먼 배경부터. 나는 메모 앱 무덤을 여럿 가진 사람이었다. 이 앱 저 앱을 돌아다닌 결과 메모가 흩어졌다 — 어떤 건 리치텍스트, 어떤 건 스프레드시트, 어떤 건 그냥 텍스트. 포맷이 다 달라서 옮기지도 합치지도 못했고, 백업해서 빼내오는 건 늘 고역이었다. 그때 결심 비슷한 게 생겼다. "이럴 바엔 전부 plain text로 관리하는 게 낫지 않나." 그 갈망을 따라 찾다 찾다 만난 게 org-mode였다 — 개발자들이 텍스트 파일만으로 일정·할일·인생을 관리하는 물건. "불렛저널이랑 궁합이 좋겠는데?" 정도 생각하고, 그땐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지나 AI 시대가 왔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 세상이 다시 텍스트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다들 마크다운을 쓴다. 마크다운이란 게 뭔가? 서식 기호가 조금 붙었을 뿐, 사실상 plain text다. AI와 일하는 사람들은 이제 코드도 문서도 계획도 전부 텍스트 파일로 다룬다. 내가 옛날에 도착했던 결론에, 세상이 이제 도착한 것이다.
나도 그 흐름 위에 있었다. 내 사이트는 각 프로젝트 폴더의 README 정보칸(색인)을 읽어 프로젝트 카드를 자동으로 띄운다 — 사실 그게 이미 조그만 대시보드였고, "문서 안의 색인이 실시간으로 화면이 됐으면"이라는 욕구의 실험이었다. 그런데 진짜 대시보드를 만들려니 벽이 왔다. 폴더 단위 색인만으로는 안 된다. 목표와 프로젝트와 투두와 세부 계획의 계층, 그것들의 관계 — 파일 하나에 정보칸 하나 붙이는 정도로는 표현이 안 됐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고민하다가 — 옛날의 그 기억이 돌아왔다. org-mode.
🛠️ 사용한 도구
- 도구: Claude Code (설계 대화·구현·검증 전부)
- 모델: Claude Opus 5 / Claude Fable 5
- 비용: 새 앱 구독 0원 — 이미 있던 마크다운 파일과 사이트 코드 위에 지음
🔧 가설, 그리고 6일의 검증
가설 — "한 줄 한 줄에 심어두면, 화면은 뿌리기만 하면 된다"
원조 org-mode의 방식은 이렇다. 일기를 쓰다가 체크박스 하나를 적으면 그게 자동으로 투두가 되고, "투두만 모아줘" 하면 모든 파일에서 체크박스 줄만 쫙 모인다. 쓰는 곳과 보는 곳이 분리돼 있고, 진실은 항상 텍스트에 있다.
내 가설은 거기서 반발짝 더 나간 것이었다. 색인(파일 맨 위 정보칸)을 넘어 단어·문장·줄 단위로 태그를 심는다 — 날짜, 마감, 우선순위, 완료 조건, 커스텀 뭐든. 그렇게 흩어진 정보를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웹 대시보드로 한 번 더 뿌린다. 그러면 굉장히 유연한 대시보드가 된다 — 내가 원하는 것만, 원하는 형식으로 얼마든지 보여달라고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AI는 텍스트를 다루는 걸 제일 잘한다. 어차피 나는 VS Code에서 AI랑 문서로 모든 걸 관리하는데, 그 자연스러운 작업 흐름 자체가 대시보드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이 가설을 들고 6일을 갔다. 결과는 시리즈 다섯 편이 됐다:
검증 ① 태그의 문법 — 줄 하나에 심는 정보 (1·2편)
지라·노션을 기각하고(상태를 앱에 가두니까) org-mode 패턴만 차용하기로 한 게 1편. 줄 단위 태그의 문법을 정한 게 2편이다 — 결론은 겨우 4개: 섹션 4칸(위치가 곧 속성), 체크박스+날짜 3정밀(@확정일/@이번주/@이달쯤), 느낌표 2개, 줄 옮기기. 욕심나는 속성은 "화면을 바꾸는 것만" 심사로 걸렀다. 태그가 많아지면 그게 곧 노션식 양식 지옥이니까.
검증 ② 판정도 텍스트가 한다 (3·4편)
루틴은 클릭조차 없앴다 — 그날 실물 파일이 있으면 한 거다(3편). 측정은 "진행률 = 목표 밑에 직접 적은 조건의 충족률"로 재정의하고, 성장형 목표는 % 대신 RPG 레벨로(4편). 기계가 셀 수 있는 조건은 기계가 세고, 사람은 판정만 한다. 전부 텍스트 줄 하나에 심은 태그가 해내는 일이다.
검증 ③ 가설 적중의 순간 — "보이는 것만 바꾸면 되네" (5편)
검증 중 제일 기분 좋았던 순간들은 화면을 바꿀 때였다. "이 부분 대시보드 바꾸고 싶어"라고 하면 AI가 슉슉 바꿨다. 왜냐하면 — 자료는 이미 파일에 전부 준비돼 있어서, 보여지는 것만 바꾸면 되니까. 화면 구성조차 마크다운 한 장(한 줄=블록, 순서=화면)이라, 대시보드 대개편에 코드 한 줄 안 쓴 날도 있다. 가설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지점이다. 최종 화면은 질문 4개짜리 4장이 됐다 — 오늘(뭐 하지)/계기판(목표가 움직이나)/시나리오(어디까지 왔나)/서랍(자산).
그리고 대가 — 선례 없는 길은 설계가 오래 걸린다
솔직하게: 오래 걸렸다. 잘하면서도 계속 불안했던 이유는, org-mode를 웹 대시보드로 뿌려 쓰는 방식을 내 주변에선 본 적이 없어서다. 어딘가 있을지도 모른다(계속 찾아볼 생각이다). 하지만 참고할 실물이 없으니 매 단계가 "떠듬떠듬 내 생각을 만들어가는" 일이었고, 그래서 좌충우돌했고, 시행착오가 시리즈 다섯 편이 나올 만큼 쌓였다. 대신 얻은 것도 분명하다 — org-mode는 20년 넘게 살아남은 기술이다. 그 세월이 안정성과 편리함을 증명해줬으니, 내 조합(org 패턴 × 마크다운 × AI × 웹 뷰)의 뿌리는 검증돼 있는 셈이다. 개척한 건 조합이지 원리가 아니다.
검증에서 내 역할 — 위화감을 말로 바꾸는 것
돌아보면 설계를 바꾼 결정타는 대부분 내 반박이었다. "그 선례 진짜 있어?"(1편), "그 파일 떨렁 있으면 안 쓰게 돼"(2편), "폴더가 카테고리잖아"(2편), "마일스톤 자체가 레벨 아니야?"(4편), "파이 그래프 말고 직선"(5편). AI는 초안·구현·검증을 맡았고, 나는 위화감을 뭉개지 않고 꺼내는 일을 맡았다. 비개발자의 무기는 코드가 아니라 그거였다. 반대로 AI가 나를 말린 것도 있다 — 속성 다 넣기, 경험치 시스템, 남의 양식 통째 도입. 가설 검증은 둘의 합작이었다.
🗺️ 전체 설계도 (이것만 보고 따라 해도 됨)
층 구조 — 위에서 아래로 4층:
계절(방향) → 비즈니스 모델(마일스톤·레벨이 사는 곳)
→ 프로젝트(단계를 미는 실행체, 다대다)
→ 세부 할 일(각 프로젝트의 계획 파일)파일 — 전부 마크다운, 전부 내 폴더에:
각 프로젝트/README.md ← 명함 (정체·상태. 상태 변경은 사람이 결정)
각 프로젝트/docs/계획.md ← 할 일·마일스톤·조건 (섹션 4칸)
일지/루틴.md ← 반복의 정의와 기록 (한 곳)
대시보드.md ← 화면 조립표 (한 줄=블록)문법 치트시트:
## 다음 / ## 마일스톤 / ## 이슈 / ## 한 일 ← 섹션 4칸 (위치=속성)
- [ ] 할 일 @2026-08-05 !! ← 확정 날짜 + 우선순위
- [ ] 할 일 @2026-W33 / @2026-09 ← "이 주 안" / "이 달 쯤"
- [x] 완료 — 마일스톤 밑이면 그 자리에 남긴다 ← 옮기면 진행률 증발
- [-] 접기 (안 하기로 한 것 — 지우지 않는다)
- [ ] Lv2 누적 100명 ← 성장형 목표는 레벨
- [ ] 글 12편 @자동:개수>=12 ← 기계가 셀 수 있으면 자동 판정흐름 — 평소엔 그냥 일한다. 작업하며 계획 파일의 체크박스가 바뀌면 대시보드가 그걸 읽어 주간·월간·로드맵·계기판을 조립하고, 루틴은 파일 존재로 자동 판정된다. 관리를 위한 별도 노동이 0에 수렴하는 게 목표다.
🚧 아직 안 되는 것 (정직하게)
- 자유의 통제 — org 방식은 너무 자유로워서, 모아서 통제하는 게 오히려 어렵다. 문법을 4개로 묶은 것도 이 때문인데, 실사용하며 더 조여야 한다
- 폰 입력 — 관리 화면은 보안상 내 PC에서만. 폰이 PC로 접속하는 터널 방식이 다음 과제
- 실사용 검증 진행 중 — 주간 뷰 첫 전환, 페이스 카드 실효성은 몇 주 살아봐야 안다
다음 죽음 후보도 안다 — 수동 루틴과, 조건 없이 착수하는 습관. 죽으면 부검하고 고치면 된다. 그게 이 시리즈에서 배운 태도다.
🚀 다음 꿈 — 저절로 만들어지는 인생 퀘스트 보드
이 시스템의 끝그림은 관리 도구가 아니다. 게임을 보면 거대한 세계관과 시나리오 아래 메인퀘스트·서브퀘스트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내 인생은 그보다 더하다. 그 인생을 퀘스트 맵처럼 쫙 펼쳐서 보고 싶다는 게 오래된 욕구였다 — 단, DB에 각 잡고 입력하는 방식 말고. 내가 원한 건 AI 친화적이고 텍스트 친화적인 방식 — 그냥 AI랑 일하면, 그 텍스트 작업 자체에서 퀘스트 보드가 저절로 자라나는 것.
물론 퀘스트를 만든다는 건 일종의 게임 레벨 디자인이라 쉽지 않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그래도 방향은 확인됐다. 그리고 다음 실전도 정해져 있다 — 다음 기수 스터디는 버킷리스트가 주제다. 각자의 꿈을 로드맵으로 그리고, AI와 작업하면 그 로드맵이 저절로 채워지고 진화하는 걸 같이 만들어보려 한다. 내 가설이 남의 인생에서도 작동하는지 — 그게 다음 검증이다.
📚 시리즈 전체 (아루나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어요)
- 노션도 지라도 아니었다 — 20년 된 물건에서 내 대시보드의 답을 찾았다
- AI가 분류하다 자꾸 틀리길래, 판단을 없애버렸다 — 폴더 = 카테고리
- 이 글이 저장되면 오늘 루틴이 자동으로 끝난다
- 내 사업 로드맵을 RPG 레벨제로 바꾼 이유
- 대시보드가 안 보이는 이유는 정보량이 아니었다 — 한 장에 질문 하나
- (이 글) 파일이 진실, 화면은 조립 — 전체 설계도
📋 재사용 가능한 프롬프트 — 통째로 시작하기
스타터 프롬프트: 내 마크다운 관제탑
나는 상태·계획을 앱이나 DB에 가두고 싶지 않아. 원칙은 "파일이 진실, 화면은 조립"이야. ① 내 프로젝트 폴더마다 계획.md를 만들어줘 — 섹션 4칸(다음/마일스톤/이슈/한 일), 날짜 3정밀(@일/@주/@월), 우선순위 !·!!, 완료는 마일스톤 밑에 남기기. ② 루틴 파일 하나 — 행동의 부산물(파일)이 남는 루틴은 존재 감지로 자동 판정, 수동은 3개 이하. ③ 진행률은 목표 밑에 직접 적은 조건의 충족률로만 세고, 성장형 목표는 레벨(Lv1·Lv2)로. ④ 주간·월간 목표 파일은 만들지 마 — 날짜 붙은 항목을 긁어 화면에서 조립해. ⑤ 화면은 장마다 질문 하나(오늘 뭐 하지 / 목표가 움직이나 / 어디까지 왔나 / 자산이 뭐가 있나). 내가 "이상한데?"라고 하면 소스와 뷰 양쪽을 실측해서 범인을 찾아줘.
🏁 마지막 문단 — 가설의 마지막 증거
이 시리즈를 시작하던 날, 완료 조건을 계획 파일에 이렇게 적었다: 사례글 12편, 판정은 자동. 사람이 체크하는 게 아니라 글 파일의 개수를 기계가 센다.
방금 이 글이 저장됐다. 12번째 파일이다. 지금 내 대시보드의 그 조건은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실측 뱃지로 차오른다. 텍스트에 적어두면 판정도 화면도 저절로 따라온다는 가설의, 이 글 자체가 마지막 증거인 셈이다. 일을 하면 기록이 남고, 기록이 곧 측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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